푸순시 순청구 허둥가두 저린주택단지에 들어서면 풍부한 내용, 참신한 아이디어로 꽉 채워진 벽보가 유독 눈에 띈다. 이 벽보는 구순 노인의 손을 거쳐 탄생된 ‘걸작’으로 22년 째 단지내 한 켠을 지키고 있다.
야우언량(姚恩亮) 노인이 꾸리고 있는 벽보의 면적은 자그마치 20 ㎡에 달한다. “이번이 제151기 벽보예요, 총 10개 파트로 구성되었구요, 가장 많을 때엔 34개 파트에 달해요!” ‘가풍가교’ 파트 앞에서 노인은 “한 가정의 흥망성쇠는 가풍과 크게 연관되어 있어요. 가풍 건설은 위인에게 배워야 한다 생각되어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등 노세대 지도자들의 가풍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어요. 그래서인지 이 곳 파트에는 늘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죠”라며 흐뭇해 했다.
2001년, 야우언량의 아내는 다년간 방치되어 있는 벽보를 보고 그에게 “우리가 벽보를 직접 꾸려 당의 방침 정책들을 단지 주민들에게 공유하는 게 어떨가요, 그냥 방치해 두기엔 너무 아까워서요”라고 건의했다.
아내의 말에 격한 공감을 드러낸 그는 사회구역의 허가를 받은 뒤 시멘트, 페인트 등을 구매해 벽보를 직접 리모델링 했다. 평소 독서, 신문 읽기, 글쓰기에 남다른 취미를 드러낸 요우언량 내외는 이번 계기를 통해 그간 축척해 온 지식들을 한껏 발산했다.
20여 일 간의 준비를 거쳐 첫 기 벽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친근한 소재, 참신한 아이디어의 벽보를 본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곳에 모여 들었다. 그 순간 요우언량 내외는 차오르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뿌듯함을 가슴에 새기고 벽보를 꾸린 시간이 어언 20여 년이다.
“이젠 나이가 들어 한 기 벽보를 만드는 데만 3일이 소요되요.” 요우언량은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크지만 그 속에서 얻은 즐거움이 더욱 크다 한다.
“벽보를 통해 사회구역의 좋은 사람, 좋은 일들을 다루고 있어요. 적지 않은 시민들, 특히 아이들이 유독 관심하는 파트죠. 단지내 일부 학부모들은 직접 아이를 훈육하는 것보다 이 곳 벽보에 이름 한번 오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말하죠!” 노인이 웃으며 전한 말이다.
벽보는 은연 중에 주민들의 언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우언량은 본인이 직접 벽보를 맡은 뒤부터 이 곳에 물건을 마구 던지는 현상이 사라졌다 한다. 한번은 날이 어두워지도록 벽보 꾸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느 한 젊은이가 직접 휴대폰 플래시로 마감할 때까지 밝혀줬다 한다.
2013년, 요우언량은 푸순시 ‘백성 레이펑(雷锋)’으로 선정되었다. 심사위원회 측은 “나이가 들어도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우리는 그가 벽보에 새긴 매 한 마디를 진지하게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요우언량의 선행은 1978년부터 이어졌다. 당시 그는 ‘레이펑 따라 배우기 팀’을 꾸려 23년간 독거노인 3명을 보살피고, 어려운 이웃의 학업을 돕고, 수형자들을 가르치며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실현해 나갔다.
“요우 어르신, 안녕하세요! 국경절 연휴가 다가오는데 자식으로서 미리 명절 문안인사를 드려요...” 2022년 10월 1일, 한 수형자가 요우언량에게 보낸 편지다. 두 사람의 일상적인 통신에서도 이 수형자는 자신을 ‘요우 어르신의 자식’이라고 자처했다.
2019년부터 요우언량의 인내심 있고, 섬세한 가르침을 받아온 이 수형자는 다시금 삶의 용기를 되찾게 되었다. 2014년 이래 요우언량의 도움으로 5명의 수형자가 개과천선해 새 삶을 맞이했다.
그가 직접 가르친 안후이성의 한 수형자는 조기 출소후 공익사업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90세 고령의 나이지만, 노당원의 여열을 발휘해 힘 닿는 데까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요우언량 노인의 소신있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