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10월의 어느 날,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鎮)시에 위치한 타오시촨(陶溪川) 문화창의거리구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도자기 작품들이 하나둘씩 진열되자 많은 손님들이 박주희(44)씨의 매대 앞에 발걸음을 멈춰 섰다.
한국인 박씨는 지난해 징더전으로 와 도예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징더전 2023 타오시촨 춘추 정기 장터-가을장터에서 그는 교태(絞胎∙당나라 때 도자기 제작 공예) 기법으로 제작한 ‘모자이크’ 시리즈의 컵∙접시 등 도자기 생활용품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들을 만들 때 제가 어릴 적 뛰어놀던 산과 들을 떠올렸습니다. 1년 4계절 변화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연두색∙연보라색 등을 써서 자연과 같은 색감의 변화를 표현했습니다.”
박씨는 삶에 더 다양한 색채가 더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가을장터는 ‘2023 중국 징더전 국제 도자기박람회’의 부대행사로 600여 명의 중국 국내외 예술가와 수공예가가 초청됐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오고 가는 관람객들과 도자기 및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천년 ‘도자기 도시’라 불리는 징더전은 중국 국내외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강력한 문화 자기장’을 형성한 징더전은 이미 세계가 중국의 발전을 체험하고 중국의 문화를 알아가는 새로운 창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징더전은 72개 국가의 180여 개 도시와 우호 관계를 맺었으며 박씨처럼 징더전을 ‘흠모’해 찾아온 사람 수가 많을 때는 최고 5천여 명에 이르기도 한다.
농촌에서 태어난 박씨는 어릴 때부터 수공예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지난 2008년에는 칭화대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베이징∙항저우(杭州) 등지에서 도시 계획과 관련된 일에 종사했다.
그는 처음 징더전에 왔을 때부터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는 “도자기 제작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징더전은 예술적 분위기가 충만하고 생활환경이 쾌적해 예술을 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건축 설계와 도자기 창작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도자기의 소재 및 소성 온도 등에 대한 사전 지식과 이전의 업무 경력 덕분에 도자기 제작 공법을 비교적 빨리 익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1년여 동안 현지 공방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도자기 제작을 배운 박씨는 ‘야모(雅墨)’ 시리즈, ‘모자이크’ 시리즈 등 다양한 도자기 제품을 만들었다. 이번 장터에서 그의 작품은 많은 관람객의 호평을 받으며 하루에만 5천~9천 위안(약 92만 원~165.6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징더전 주민인 우(吳)씨는 친구와 함께 가을장터를 찾아 800여 위안(약 14만 원)에 ‘모자이크’ 시리즈 컵 3개와 접시 1개를 구입했다. “색깔 배합이나 제작 공법이 무척 눈에 띄었다”며 “조금 전 이 도자기 세트를 보고 그냥 지나쳤다가 계속 눈에 밟혀 다시 돌아와 구매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박씨는 징더전에서 계속 창작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풀∙나무 등 더 많은 소재를 작품에 녹여 새로운 예술의 불꽃을 피워나가고 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신화통신